타이머와 카운터는 서로 이끌린다. 마치 운명처럼.
하지만 우리는 그런 게 아니어도 만나지 않았을까? 어느 세상에서는 우리가 행복한 세상이 있지 않을까? 당신이 신이 아니라 인간이고, 우리가 타이머가 아니고, 편하게 사랑하더라도 이목이 없는 세계가 있지 않을까?
아무것도 이야기하지 않았고 아무 것도 모르지만, 짐작만으로 알게 되는 일이 있는 거 잖아. 사실 이어가는 날이 많아지면 많아질 수 록 드는 이질감이 무엇인지 모르겠더라.
‘내가….’
그래서 사실, 네가 이야기하고 한 뒤에 의구심이 들지 않았어. 그냥 그렇구나, 하고 믿는 것 외에는 아무런 의심조차 들지 않아 웃었어.
이런 이별은 당신에게 최악의 엔딩일까, 혹은 구원을 바랄 수 있는 또 하나의 선택일까.
도미니크 루먼, 루먼, 우리 미루형… 울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자꾸만 떨어지는 장마가 차마 그 표정을 외면할 수 없게 만들어.
‘괜찮아요.’
내 말 버릇이 뭔지 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말을 한 이유는 정말로 형이라면 괜찮아서야. 이건 거짓말이 아니야, 미루형.
선악과를 베어 문 인간은 결국 뱀으로 둔갑한 신을 사랑하게 된 거야. 어쩔 수 없는 인연의 굴레라고 하지만 그 굴레마저 사랑하게 된 저는 운명이 아니더라도 형을 사랑하게 됐겠지. 인연이라 믿고 싶은 우연은 그런 거니까.
그래서 오히려 다행이야, 내가 형을 사랑하게 돼서. 내가 형에게 마지막 사랑이자 마지막 희망이 되어서.
모든 아픔을 감수해서라도 당신과 다시 만날 수 있다면 나는 그런 선택을 할 거야. 내가 만약 형이었더라도 같은 선택을 했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