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야, 나를 사랑해?’
찰나의 떨림은 당신의 것이요, 지속은 제 것이리라. 텅 빈 수신음을 들으며 떨어야 했던 지난 날의 슬픔은 과거가 되지 못하겠지. 시간이 지날수록 무뎌 지는 게 감정이라지만 그만큼 차오를 수도 있는 게 사람이라, 멈추지 않을 시간이 폭풍우가 되리라는 걸 알아 절망했다.
그 폭풍에 휩쓸려 희망을 찾는다. 손에 쥔 희망을 위해 윤지우는 끝없이 걸었다. 마주친 시선은 태양을 닮고 들풀을 닮아 쉼 없이 화창하다. ‘또 만나요.’ 속삭이던 다정은 누구를 위한 것이었나? 이제 와서 그때를 돌이켜보면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을 고통이었지. 잊힌 당신이 물었던 말을 달이 떠오를 때마다 되짚었다.
‘저는, 그게, 저는… 저는 못해요.’
‘당신은 다 잊었잖아요. 그럼에도 부정하지 못하는 건가요?’
모든 걸 잊었다 해도 본질은 변하지 않는 것처럼, 되돌아간다 해도 윤지우는 같은 선택을 할 거야. 끝없이 다정한 목소리에 흔들리며 가장 중요한 것을 되찾으려 하겠지. 그러니 아직도 기억하고 마는 거야, 변하지 않을 테니까 잊을 수도 없는 거야.
‘하지만, 하지만 지우야….’
당신을 살리기 위해 세상을 바치고,
‘그게 나를 죽일 거야.’
당신을 바쳤던 나를.
폭풍우여, 가장 큰 희망을 위해 절벽으로 우리를 내몰아야만 했습니까. 아직도 울음 속에 기억나지 않는 당신이 제 손을 잡고 죽음으로 향하는 순간을 기억합니다. 그리움을 잊기 위채 처음으로 욕심을 부렸고, 그 욕심은 죄악이 되었어요.
나는 당신을 살리기 위해 당신을 죽였어. 그리고 또 다시 당신을 사랑하며 절벽으로 걸어갔지. 끝없이 다가오는 당신을 밀어내지 못하는 나를 감추길 바라. 결국 끝을 고하는 것도 저였고, 당신을 붙잡은 것도 저였으며 놓아줘야 하는 것도 저였기에….
‘나를….’
당신을 놓기도 했다. 그 사랑이 당신을 죽이는 게 무서워서. 텅 빈 음성 메세지에 사랑을 수놓는 저 자신조차 벅차고 말아서. 파도가 될 사랑에 당신이 휩쓸리는 게 무서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