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1.png

‘우리 무슨 사이였어요?’

 

차라리 거짓이라고 믿으면 편했을 거다. 스스로도 그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펼쳐지는 정보를 사실이라고 믿기로 한 건 당신에게 너무 많은 정을 줬기 때문이었다.

유령이라고 항상 이리 정을 주는 스타일은 아니었는데, 되려 경계했으면 경계했지 이렇게 쉽게 자리를 내어주는 성격이 아니었는데도 당신은 이상했다. 이상하리만큼 친숙하고, 이상하리만큼 아려서 이 감각을 무엇이라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

이 마을에는 며칠째 분홍색 비가 내리고 있어, 분홍색은 사랑의 색이라고도 하잖아. 그래서 제가 당신에게 그런 감각을 느끼고 있는 건 아닐까? 아, 그건 빨간색인가? 사실 잘 모르겠어. 그렇게라도 변명하지 않으면 이 감정의 이유를 설명할 수가 없었는 걸.

 

‘첫번째 질문은…모르겠네요. 기억나지 않아요.’

허나 당신이 그렇게 말하는 게 싫어서, 그 사실을 사실이라 믿고 잠결에 들었던 목소리를 진실이라 믿고 싶었다면 당신은 저를 이해해주지 않을까.

그렇게 구차하게 변명하려고 했으면서, 부정하는 당신에게 서운함을 느끼는 저는 이상한 걸까. 산재하는 질문은 형태가 되지 못하고 못하고 삼켜지고 비가 되어 떨어진다.

1.png

젖은 몸이 차라리 녹아 사라진다면 이 아픔도 없어지게 되는 걸까. 우산을 씌워주는 다정함이 미워서, 차마 뭐라고 하지 못하고 숨을 삼켰다.

 

‘네, 내로남불이네요! 하지만 난 죽었잖아요! 죽을 생각이 없다면 생활 습관부터 바꿔요.’

할 말을 계속해서 삼키고,

 

‘그러니까…!’

 

삼켜서,

 

‘…죽었다는 소리 좀 그만해요.’

 

말하고 싶은 건 이 것뿐만이 아니었는데, 결국 서로에게 상처만 주고 만다는 걸 알면서도 빗 속에 가려진 눈물이 보이지 않길 빌었다. 저는 결국 당신에게 상처만 주고 말아. 기억도 못하는 제 자신이 너무 화가 나는데, 그걸 가르쳐 주지 않는다는 변명으로 당신에게 화를 내는 것도 싫어. 울음 속에 묻힌 진심이 어떻게든 밖으로 내보내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친다. 당신에게 화가 나서 말하는 게 아니야, 그저 기억하지 못하는 소중한 당신이 이미 죽은 사

 

bottom of page